남자의 리뷰

외계인 안나오는 외계인 영화 <제 5침공> ※스포주의※

-_-_-_-_-_-_- 2016. 4. 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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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보는 외계인 + 재난 영화, 그리고 킥애스 시리즈로 뭇 남성들을 심쿵사 시켰던 클로이 모레츠가 나오는 영화, <제 5침공>이다. 클로이 모레츠가 직접 내한까지 하는 등 제작사든 배급사든 여러 모로 노력은 하는 모양이다만, 흥행 성적은 영 시원치 않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리라.

 







 미리 말하고 가자면, 이 영화에서 이쁘장한 우리의 힛걸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뛰고 구르고 총 맞고 하여간에 산전수전 고생은 다 하는지라 이쁘게 찍힐 틈이 아직 지구가 멀쩡한 초반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지못미 클로이...



 줄거리는 간단하다. 지구에 외계인이 처들어 와서 1차부터 4차까지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마지막(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5번째 침공을 하려는 찰나 우리의 주인공들과 인류가 합심하여 이를 저지한다는 내용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분명 외계 침공이 소재인데 외계인이 전혀 나오질 않는다. 예전에 '외계인 안나오는 외계인 영화'로 유명했던 <케이펙스>를 보고 뭔가 소름끼쳤던 기억이 났다. 사실 <케이펙스>는 내용과 주제는 차치하면, 시각적으로는 말만 외계인 영화이지 그냥 정신병자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해도 상관없을 영화였다. 그리고 액션/전쟁/재난 이런 장르가 아니였기에 외계인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아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제 5침공>은 외계인이 인간의 몸에 기생하여 겉으로는 전혀 알 수 없다는 설정으로 인해 화면에 외계인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솔직히 얘기하면 나는 <제 5침공>의 시각적인 묘사나 CG를 <엣지 오브 투모로우>정도로 기대하고 봤기 때문에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특히 초반에는 외계인들이 여러 가지 엄청난 일들을 벌이기 때문에 그 기대감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이 외계인이란 작자들이 벌이는 굵직굵직한 일들 하나하나를 '침공'이라 부르는데, 영화에서는 총 5단계로 나누고 있다. '제 1침공'은 전 지구상의 전기를 끊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기만 끊는게 아니라 마치 EMP를 터뜨린듯 모든 전자 장비가 작동을 멈추게 된다. 어떻게 했는지는 외계인만 안다...

 '제 2침공'은 지진과 쓰나미(위 사진에 나오는 정도의 거대 쓰나미)로 지구 표면을 1차적으로 한 번 쓸어버리는 것이다. 그 후 조류독감의 변종 바이러스를 창궐해 살아남은 인류들을 또 다시 청소하는데 이것이 '제 3침공'이며, '제 4침공'은 외계인들이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고 온갖 분란을 조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제 5침공'은 분란 조장으로 선동당한 인류들끼리 서로 치고 박게 하여 자멸하게 하는 것이다.




 세 번째 침공까지만 봤을 때는 외계인들의 미친 기술력과 과학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행성 단위로 EMP를 터뜨리고 인공 지진을 발생시키며 타 종족의 바이러스를 조작하여 더 치명적인 능력을 갖게 하는 등 이들의 능력은 감히 하늘을 올려다보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 하다. 그런데 네 번째 침공부터 갑자기 나사가 빠지기 시작한다. 인간 말살이 목적이라면, 자신들의 군대를 내려보내 얼마 남지 않은 인류를 쓸어버렸으면 될 일이었다. 거대 우주선과 드론까지 운영할 정도면 살상 능력이 있는 군대 또한 있을 것 아닌가. 정 없다면 다시 한 번 지진을 일으키던가 대규모 재난을 일으켰으면 되었을 터였다. 그런데 왜인지 이들은 굉장히 쁘락치스러운, 그들의 기술력에 비하면 기가 찰 정도로 비효율적인 전법을 사용해 인류를 멸종시키려 한다. 도대체 왜일까...? 이 역시 외계인들만, 그리고 감독만 알고 있으리라. 







 <제 5침공>을 보면서 계속 심기가 불편한 이유는 단순히 이뿐만이 아니다. 중반 이후부터 나오는 뜬금없는 로맨스도 이 영화의 평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믿는다. 주인공이 눈 부리부리한 왠 남정네(에반 워커)를 만나면서부터 영화는 갑자기 틴에이지 러브러브물로 탈바꿈한다. 위기에 빠진 여주의 목숨을 구하는 남자, 상처를 치료하면서 은근슬쩍 부각되는 노출과 스킨십,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무조건 여주를 지켜주려는 남자, 남자의 난데없는 몸짱 자랑 목욕씬과 이를 우연히 훔쳐보는 여주, 알고보니 남자는 외계인이였지만 사랑의 힘(남자는 여주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금사빠 세계 금메달리스트다)으로 여주를 지키는 거였더라 식의 무슨 막장 아침 드라마와 견줄 만한 스토리가 중반부터 후반까지 이어진다. '지금 내가 무슨 장르의 영화를 보고 있는건가' 자신에 되물을 정도다. 게다가 '디 아더스(영화 내에서 외계인을 지칭하는 표현)'가 지구에 온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둥 갑자기 궁금증 폭발하게 만드는 말을 내뱉고는 영화가 끝나기 전까지 회수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후반에 가서 어느 정도 납득이 갈 만한 스토리 전개를 보이느냐면 그건 또 아니올시다. 그나마 나름 기대했던 전투씬은 징징대는 꼬맹이들에 어두운 화면까지 겹쳐 큰 긴장감 없이 넘어가고, 마지막 결전은 여주를 스토킹하는 에반 워커의 재등장과 원인을 알 수 없는 대폭발로 군사기지가 박살나며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만악의 원흉이었던 보쉬 대령과의 그럴싸한 전투나 대치상황도 없고, 그저 주인공이랑 서로 각자 갈길을 알아서 유유히 가고 끝이다. 나름대로 영화의 하이라이트일텐데 긴장감이 전혀 없다. 결정적으로, 디아더스가 왜 지구에 왔는지 알려줄듯 하다가 '너희(인간)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다'라는 피장파장의 오류를 범하며 어물쩡 넘어간다.


 다만 이 모든 문제는 <제 5침공>이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느 정도 눈 감아줄 만하다...는 훼이크고, 사실 시작부터 이렇게 재미 없어버리면 도대체 누가 속편을 보려 할까 싶다. <메이즈 러너>처럼 같은 3부작 영화와 비교해 보았을 때 <제 5침공>의 출발이 썩 좋지 못하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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