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리뷰

[시청] 족발 삼대장이라는 시청역 '오향족발'

-_-_-_-_-_-_- 2016. 4. 1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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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역 오향족발. 족발 맛집의 대명사 격으로 굳어버린듯한 이 이름을 들어본지는 제법 한참 되었으나 아직까지 가서 직접 먹어볼 일은 없었다. 내 활동 반경이 서울 중앙까지 뻗치지 않는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도 나는 맛집을 찾아 방방곡곡 뛰어다니며 입에 넣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타입이 아닌 탓이 크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어제 서울역에 갈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오향족발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서울역 근처에서 아무거나 간단히 먹고 싶었다. 소위 말하는 '맛집' 앞에 문전성시를 이루며 몇 십분씩 웨이팅을 하고 먹었던 음식 치고 '진짜 이럴만한 가치가 있다' 싶었던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친님이 먹고 싶으시다는데 어쩌겠는가. 서울역에서 시청역은 한 정거장이라 슬슬 걸어가기로 했다. 다행히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웨이팅 없이 바로 앉을 수 있었다.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가 미처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이미 테이블 세팅을 쫙 해놓은 부분이다. 워낙에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손님 받는 시스템이 매우 체계적으로 잡혀있는 것 같았다. 먹으면서 지켜본 바로는, 손님이 테이블에서 빠지자 마자 싹 치우고 바로 세팅을 해버린다. 어차피 손님이 바로 들어오니까 기다리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다. 서빙하시는 분들도 모두 친절했다. 

 기본 세팅은 위의 사진처럼 해준다. 물만두가 들어간 탕(?)에 야채, 쌈장, 무 생채, 잘게 썰은 양배추와 소스, 그리고 특이하게도 단무지를 준다. 단무지는 뭔가 생뚱맞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단점은 쌈 싸먹을 채소를 안준다. 나야 쌈 잘 안 싸먹으니 상관 없지만 쌈 좋아하는 사람들은 참고해야겠다.






 자주 올 수 있는 곳은 아니기에 한 번에 두 가지 맛, 오리지널과 불족 반반을 주문했다. 손님이 많으니 그만큼 대량으로 빨리빨리 만드는지 정말 금방 나왔다. 오리지널/불족 반반의 가격은 \34,000. 처음엔 주는 양에 비해 조금 비싼 것 아닌가 싶었으나, 다 먹어갈 때쯤엔 전혀 적은 양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이건 남녀가 먹을 때 얘기고, 먹성 좋은 사람들과 같이 간다면 부족할수도...





 오향족발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탱글탱글하다. 그리고 족발 맛집의 필수 조건인 돼지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 다만 윤기와 탱글탱글함이 입맛에 따라 지나치게 느껴져서 상당히 느끼하고 금방 질리는 맛이라고 생각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여친도 느끼해서 많이 먹지는 못하겠다고 했다. 불족발은 은근히 강렬하게 매운데, 아주 감칠맛나고 맛있게 매운 맛은 아닌 것 같다. 굳이 비유하자면 양념치킨 소스랑 비슷하단 느낌을 받았다. 나는 오리지널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다른 족발집은 밑에 뼈를 왕창 깔아주는데 비해 오향족발은 뼈를 거의 주지 않는다. 뼈에 붙은 고기 뜯어먹는 걸 좋아하시는 우리 아버지라면 별로겠지만, 나는 오히려 뼈를 덜 주고 살코기를 많이 주는게 이득이라고 생각하기에 마음에 드는 점이었다. 

 다만 요즘에는 다른 맛있는 족발집들도 많이 생겨서, 오향족발이 예전만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못 받을것이라고 얘기하는게 아니라 그냥 의문이 든다는 거다. 특히 불족은 우리 동네에 있는 족발집이 더 맛있기도 하고... 그래도 시청역 근처로 나올 일이 있다면 무조건 생각나는, 그런 맛집으로 남을 것 같다.





시청역 오향족발의 약도. 8번 출구로 나오면 금방 찾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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