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태양의 후예>로 떨어졌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송혜교가 전범기업으로부터 들어온 광고 제의를 거절했다는 소식이다. 여기서 전범기업은 미쯔비시라고 한다.
먼 옛날 임진왜란과 근대의 일제 강점기를 겪은 우리에게 '일본'이란 나라는 언제나 마냥 좋게 볼 수만은 없는 그런 나라다. 특히 '전범기업'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일본 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건 전범국가의 죄값을 충분히 치루지 않고 그 치욕적인 이미지를 제대로 벗으려 노력하지 않은 일본의 탓이 매우 크다. 송혜교의 광고 제의 거절은 제법 현명한 결정이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범기업의 광고를 거절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전범기업은 일제 강점기 당시 우리 민족에게 엄청난 해를 끼친 기업이니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들에게 득이 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그런 논리인 것이다. 나는 미쯔비시의 광고 제의를 거절한 것이 '당연한 결정'이라기 보다는 그저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송혜교, 혹은 소속사가 광고 제의에 대해 재볼 때는 상대가 전범기업이냐가 광고 수락과 거절의 기준이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좋게 말하면 인간적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지극히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이다. 오히려 광고를 수락함으로써 당장 자신에게 돌아올 비판과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의 손실, 그리고 이들을 금전적으로 환산했을 때의 득실을 먼저 따져 보는 것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최우선일 것이다. 특히나 송혜교는 예전에 탈세 혐의로 한 차례 이미지 실추를 겪은 전례가 있다.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차츰 지워져가는 사건인데다 요즘 <태양의 후예>로 다시 이미지 복구를 하고 있는 참에, 이런 광고 제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일이다. 궤는 좀 다르지만, 배우 임시완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미생>에서 고달픈 비정규직 직장인의 이미지로 뭇 사람들의 동정과 공감을 한껏 받았던 임시완이 노동개혁을 홍보하는 광고에 출연하여 경거망동했다는 비판과 비아냥을 들었던 것이다. 이 사건과 비교해보면 송혜교의 미쯔비시 대응은 참 적절한 것이다.
그런데 언론은 단순히 미쯔비시가 전범기업이니까 송혜교가 '한국인'으로써 당연히 거절했다는 식의 애국심 충만한 기사를 내보낸다. 그리고 대중은 이를 철썩같이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며 자랑스런 한국인, 애국 배우, 또는 서경덕 교수의 말마따나 '글로벌 시대에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지킬 줄 아는 그런 멋진 배우'라고 한다. 포장이 너무 요란하다 못해 찬양 수준으로까지 번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는 송혜교가 이번 미쯔비시의 광고 제의 거절은 상식 선에서 이루어진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써 분명 잘한 결정이고 당연한 판단이었다. 다만 이런 당연한 일을 당연하다 여기지 못하고(또는 일부러 그렇게 여기지 않고) 마치 대단한 구국영웅 급으로 떠받들고 찬양하는 모습이 못마땅하고 어찌 보면 한심할 뿐이다. 억지감동 수준의 국뽕 주입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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