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네 야채가게 역시나 갑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우리는 성공만이 존재해야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지만 사실 성공보다는 실패가 몇 곱절은 많을 것인데 말이다. 이런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도 될놈은 된다고 성공하는 사람은 성공한다. 그리고 보란듯이 책도 내고 강연도 한다.
예전에 여자친구가 나에게 보여준 책이 하나 있었다.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라는 책이었다. 총각네 야채가게 창업으로 무일푼에서 성공한 대박 인생이 된 이영석 대표의 책이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이영석 대표는 자신이야말로 초심을 잃고 갑질 논란에 휩싸인다.
나는 처음부터 이 인생에 변망하지 마라 책을 고운 시선으로 볼 수 없었다. 원래 자기계발서나 소위 성공한 인생들이 쓴 책들을 싫어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런 책들은 영양가가 없다. 정신승리나 자기위안용으로 구입 또는 열독한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하여간에 여친이 읽어보라고 했던 이영석 대표의 책은 총각네 야채가게 창업까지 자신이 겪은 일들과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가에 대해서 쓴 자전적인 책이다.
그때 당시에는 나도 힘든 시기였고 여러 모로 불안하고 우울하며 성공을 향한 나의 앞길은 스모그 낀 베이징 도심마냥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었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다녔다고 말하기에도 민망하고 회사라고 하기에도 망측스럽지만)와도 안좋게 끝나버리고... 그 때 사업가들의 마인드를 아주 뼛속 깊숙히까지 깨달아버렸다. 좋게 말하면 효율적인거고 나쁘게 말하자면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총각네 야채가게 대표 이영석이 쓴 책도 비슷한 내용의 내용이 있다. 지금은 워낙에 인터넷에 공공연하게 퍼진 말이지만, '돈 안받고 일할 수 있느냐'라는 면접 질문이 그것이다. 요즘 왠만한 성인들은 다 알겠지만, 신입사원은 사실 1인분의 일도 하지 못한다. 조직에 적응할 기간도 필요할 것이고 이론과 실무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습기간이 있고 월급도 조금 더 적게 받는 것이다. 월급을 적게 받지만, 사실 사업가 마인드로 따지고 보면 안줘도 될 돈을 주는 셈이기도 하다. 아직 1인분도 못하는 니가 일을 나한테 배우는데, 내가 왜 돈을 줘야 한단 말인가?
면접때 저 질문을 받는다고 생각해보면 어떤가. 나같으면 그러겠다고는 하겠지만 사실 이 대답이 즉각적으로 딱 튀어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당장 취업난에 시달리고 높은 물가에 휘청이는 청년들이 겨우겨우 면접까지 갔는데 갑자기 돈 안준다고 하면 솔직한 심정으로 존나 빡칠 것 같은데... 옛날이었으면 모를까 지금처럼 취업난이 문제가 되는 세상에서 저딴 질문을 던져놓고 돈 받기를 바란다면 도둑놈이라는 건 전형적인 꼰대이자 갑질의 표본이 아닐까.
하여간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 책을 검색했을 당시 저 문구가 기억에 남아서 굉장히 불쾌했고, 비록 이영석 대표가 '될놈'이었을망정 그 정신을 본받거나 존경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나서 결국 이 지경이 된거다.
돈 안줘도 좋으니 기술만 가르쳐 주십시오 이런건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나오지 않나 싶다. 예컨대 대장장이나 제빵의 달인에게 찾아가서 무조건 거두어달라고 삼일밤낮을 집앞에서 석고대죄로 시위를 하는거지. 그러면 그 정성에 감복한 대장장이나 달인이 거두어들이고 나중에 훌륭한 후계자가 되는.... 아무래도 이영석 대표가 이런 만화나 드라마, 영화, 소설을 너무 탐독한 것은 아닐까 의심이 된다. 저런 자세를 윗대가리가 강요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꼰대질이요 갑질이다.
인생에 변명하지 말라는 책 제목부터가 이젠 매우 심기를 거스른다. 이영석 대표 밑에서 일 배우던 사람들에게 저 책 제목이야말로 가장 혐오스러운 문장이 아니었을까? "너희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 내 밑에서 이렇게 착취당하고 욕듣고 맞아가면서 배우는 것도 다 너희가 잘못 살았기 때문이다. 꼬우면 금수저로 태어나든지."
그 외에도 사람을 개 취급하는 대목은 수시로 등장하기도 하고, (여친은 본받아야 한다고 했지만)노예 정신을 강조하는 대목이 많은 것 같아서 단칼에 거부했는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높은 곳에 올라가더니 결국 저 사람도 그런저런 사람이었다. 결국 CEO 모럴 해저드로 인해서 피해볼 총각네 야채가게 점주들만 불쌍해졌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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